천문학

별의 분광형과 볼츠만-사하 방정식

fecu 2021. 8. 31.

별의 분광형에 대해 학습할 때 아래와 같은 말을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Oh Be A Fine Girl Kiss Me

고전적인 별의 분광형 암기법

 

이는 별의 분광형을 온도에 따라서 분류한 것이다. 별의 스펙트럼을 관찰하고 최초로 수소 발머 흡수선에 세기에 따라 A, B, C 등의 순서로 나눈 사람은 하버드 천문대의 Aunie Jump Cannon이라는 여성 천문학자이다.

 

그런데 어째서 온도에 따른 발머선의 세기가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위의 순서로 꼬이게 된 것일까? 이 글은 단순하게 '별의 분광형을 온도에 따라서 분류한 것이다'라는 말을 납득하지 못하는 골수파 이과생이나 임용 고시생을 위한 글이다.

 

오늘은 볼츠만 방정식, 사하 방정식을 통해 어째서 별의 분광형이 저렇게 결정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보려고 한다.

 

1. 수소 발머선의 세기를 결정하는 요인

 

수소 발머선은 수소의 n=2의 준위에 있던 수소가 자신의 천이 에너지에 해당하는 진동수의 전자기파를 흡수하면서 발생한다. 예를 들면 에너지 준위 n=2에서 n=3으로 들뜰 때, 그만큼의 에너지를 가진 진동수의 빛만을 선택적으로 흡수하게 된다. 이때 에너지 준위 n=2에서 들뜨면서 흡수할 수 있는 모든 진동수의 흡수선 '발머선(Balmer line)'이라고 부른다.

출처 : 위키백과
출처 : 위키백과

수소 발머 흡수선의 세기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별에 있는 수소 중 n=2의 에너지 준위에 있는 수소가 몇개인가'이다. n=2 준위에 있는 수소가 많으면 많을 수록 발머 계열의 흡수선이 강하게 발생할 것이다. 먼저 해당 내용을 정성적으로 생각해보자.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서로 충돌에 의해 원자의 에너지 준위가 들뜨거나 되가라 앉을 수 있다. 이를 각각 '충돌 들뜸', '충돌 되가라앉음'이라고 부른다. 수소 기체의 온도가 높으면 높을 수록 수소원자의 평균적인 운동 속도가 빠르므로 많은 운동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온도가 높은 기체는 충돌에 의해 높은 에너지 준위를 가진 원자들이 많아진다.

 

그런데 문제는 온도가 너무 높은 경우에는 에너지 준위가 높다 못해 모든 원자들이 이온화가 되어 버린다. 이는 발머선을 약하게 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수소 n=2의 준위에서 흡수선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온도'가 필요하다.


1. 원자들의 충돌에 의해 에너지 준위가 들뜨거나 되가라 앉을수 있다.

2. 온도가 높은 기체는 원자들이 많은 운동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이에 의한 충돌 들뜸이 발생한다.

3. 기체의 온도가 높을 수록 높은 에너지 준위를 가진 원자들이 많다.(볼츠만 방정식)

4. 기체의 온도가 높을수록 이온화 되어 있는 원자들이 많다.(사하 방정식)

5. 위의 3과 4의 효과를 모두 고려해서 '적당한 온도'가 어떻게 되는지 고려해 보아야 한다.(볼츠만-사하 방정식)


이제 각각을 수식적으로 살펴보자.

 

2. 볼츠만 방정식

 

볼츠만 방정식은 어떠한 기체가 있을 때, 충돌에 의한 들뜸과 자발적 천이에 의해 결정되는 들뜬 원자수의 비율에 대한 함수이다. 온도가 높은 기체일수록 원자의 평균 운동에너지가 더 높다. 물리2에서 기체 운동을 배운 학생들은 아래 공식을 알고 있을 것이다. 원자가 가진 운동 에너지는 온도에 비례한다.

 

별의 분광형과 볼츠만-사하 방정식1

 

따라서 고온의 기체일 수록 충돌에 의해 높은 에너지 준위를 가진 분자들이 많아지고, 높은 에너지 준위에서의 흡수선이 강해진다. 이를 정리한 사람이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볼츠만(Ludwing Boltzmann)이다. 볼츠만 방정식은 아래와 같다.

 

볼츠만 방정식
볼츠만 방정식

 

N = 각 준위의 개수밀도

q = 각 준위의 다중도

E = 각 준위의 에너지

 

우리가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모든 수식을 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볼츠만 방정식은 천문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인 물리학적 지식일 뿐이지 목적이 아니다. 식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조금더 집중 해보자.


1) 볼츠만 방정식에서 에너지 준위 E(A)가 E(B)보다 작은 경우에는 자연로그 위의 괄호 값은 항상 음수이다.

2) 따라서 온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N(B)/N(A)의 비는 증가하고, 온도가 낮을 수록 N(B)/N(A) 비는 감소한다.


볼츠만 방정식은 온도가 높을수록 높은 에너지 준위를 가진 원자가 많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문제는 온도가 높으면 이온화 상태의 원자도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사하 방정식에서 설명할 수 있다.

 

3. 사하 방정식

 

온도가 높은 기체는 복사나 충돌로 인해 원자를 이온화 시킬수 있는 에너지가 많아지며, 전자 밀도N(e)가 높을 수록 재결합 할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 이온화와 재결합의 비율이 같아질 때, 이온화 평형의 상태가 되는데 이를 정량적으로 표현한 사람이 인도의 물리학자 사하(Meghnad N. Saha)이다. 사하 방정식은 아래와 같다.

 

사하 방정식
사하 방정식

 

N(i) : 각 이온화 단계 원자의 개수밀도

A : 몇가지 원자 상수

N(e) : 전자의 개수밀도

X(i) : 각 이온화 단계에서 이온화 에너지

k : 볼츠만 상수, T : 절대온도

 

사하 방정식은 볼츠만 방정식과 비슷하지만, 전자의 개수밀도 온도의 3/2승에 비례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는 온도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온화 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는 원자를 이온화 시키고, 전자의 운동에너지가 클 수록 재결합 비율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말이 진짜로 맞는지 글을 쓰면서 궁금해서 함수로 표현해 보았다.

 

x값을 온도 T, y값을 이온화 비율로 생각해보자.
x값을 온도 T, y값을 이온화 비율로 생각해보자.

 

나머지 숫자를 상수라고 둔다면, 온도에 따라 어떤 그래프가 그려질지 그래프를 그려보았다. x 값에 따라 y값이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사하 방정식에서도 이온화 상태의 원자/중성 상태의 원자의 비가 온도에 따라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온도가 높을 수록 높은 N(i+1)/N(i)의 비율이 증가한다.

 

이제 볼츠만 방정식과 사하 방정식을 합하여 수소 원자에서의 발머선을 분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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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볼츠만-사하 방정식

 

볼츠만 사하 방정식을 아래의 순서에 따라 결합하고 수소 발머선에 적용해보자.


1) 사하 방정식 --> 수소 기체에서 중성 수소가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2) 볼츠만 방정식 --> 중성 수소 중 n=2 준위의 수소가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있다.

3) 볼츠만-사하 방정식 --> 수소 기체에 포함된 수소 중 n=2의 준위에 있는 상태의 수소의 비를 구할 수 있다.

4) 결론 : 온도에 따른 n=2 준위에 있는 수소 원자의 비율을 구할 수 있고, 이는 발머선의 세기와 연관이 있다.

 

그리고 이를 구하기 위한 몇가지 가정이 있다.

    - 중성 수소의 대부분은 바닥 상태에 있다.
    - 수소의 이온화 단계는 하나 뿐이다.

1) 수소 발머선n=2 단계에 있는 중성 수소의 비율을 구하면 된다.

 

2) 전체 원자의 수 N은 이온화 수소 N(+)와 중성 수소N(0)의 합으로 생각할 수 있다.

 

별의 분광형과 볼츠만-사하 방정식2

 

3) 중성 수소N(0)가 대부분 바닥 준위N(1)에 있다고 가정한다면 전체 원자N 에 대한 n=2 준위의 수소의 양N(2)는 아래와 같이 나타날 수 있다.

 

별의 분광형과 볼츠만-사하 방정식3

 

4) 이 수식의 해는 아래와 같이 해석할 수 있다.

 

별의 분광형과 볼츠만-사하 방정식4

 

5) 결론 : 이러한 식을 바탕으로 그래프를 그리면 아래와 같이 그래프가 그려질 수 있다.

 

출처 :  http://spiff.rit.edu/classes/phys440/lectures/saha/saha.html
출처 :  http://spiff.rit.edu/classes/phys440/lectures/saha/saha.html

 

5. Oh! Be A Fine Girl Kiss Me : 결론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서론 그림 8-13(교보 문고)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서론 그림 8-13(교보 문고)

 

온도가 너무 낮으면 중성 수소가 많으나 n=2의 준위로 올라가기 위한 에너지가 부족하고, 온도가 너무 높으면 수소가 이온화 되어 발머 흡수선을 만들수가 없다.

 

예를 들면 O형과 B형 별은 A형 별보다 상대적으로 온도는 높지만 수소가 이온화 되어 있고, K형과 M형 별은 중성 수소가 많지만 n=2의 준위로 올라가기 위한 에너지가 충분하지 못하다. 따라서 볼츠만-사하 방정식을 통해 추정해 본 발머선이 가장 강한 온도는 약 10,000K 의 온도이며, 10,000의 표면온도를 가진 별의 분광형은 A형이다.

 

이러한 이유로 처음에 발머선 세기에 따라 분광형의 이름을 A, B, C 순서로 지었는데, 이를 온도에 따라 재배열 하면서 순서가 뒤죽박죽이 된 것이다. 그냥 단순하게 암기했던 천문학적 현상이 막상 들여다 보면 깊은 물리학적 이해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때는 외우지 말고, 그 수식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 그렇게 하면 조금 더 접근하기 쉬울 것이다. 그럼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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