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원피를 살 때 신설동에 가기 보다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했다. 신설동에 가서 가죽을 사고, 피할하고, 그리고 집까지 가죽을 가져오는 과정이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었다. 신설동까지 다녀오는 비용과 걸리는 시간까지 모두 합한다면 피할대행, 택배비가 그리 비싸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피렌체 레더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렌체 레더는 푸에블로 숄더, 벨리 라인을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한데 평단가가 상당히 저렴하고 피할 대행도 가능해서 자주 이용하곤 했다. 에째르 레더의 푸에블로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지만 푸에블로의 느낌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1. 가죽 구매하기 : 피렌체 레더
늘 그렇듯 신설동역에서 내려 신설동 가죽시장 중앙으로 들어갔다. 시장 중앙길에서 왼편으로 가니 피렌체 레더가 보였다.
피렌체 레더
서울 종로구 난계로25길 32 1층
매일 9:30 : 18:00, 토요일 10:30 ~ 15:30 / 일요일 휴무
입구 자체가 굉장히 세련되어 보였다. 다른 가게는 전부 옛날 구멍가게 간판 처럼 알록달록 한데 피렌체레더 간판은 검은색 바탕에 하얀 글자로 깔끔했다.
내부에 들어가서 푸에블로 벨리 라인을 사러 왔다고 하니 입구 오른쪽에 가죽 샘플들을 한번 봐달라고 하셨다. 벨리 라인을 쭉 훝어보는데... 역시나 다 이쁘다.
가게 내부를 한번 둘러보았다. 가게가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에블로 벨리 라인 중 라이트 카멜을 구입했다.
갈색에서 약간 붉은 기가 도는, 주황색도 아니고 갈색도 아닌 그런 색감이다. 그래도 너무 이쁘다. 갈색 실을 이용하면 물건이 잘 나올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죽의 평수는 10평 내외. 1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주고 샀다.
2. 피할하기 : 신영 피할
아직 우리집에는 피할기가 없다. 그래서 보통 가죽을 사면 원장 전체를 0.7~1.0T로 피할해서 가져가야 한다. 신설동에서 가죽 원장을 전체적으로 피할할 수 있는 곳은 대표적으로 두 곳이 있다. 나래 피할, 그리고 신영피할이다. 원래 항상 나래 피할에서 피할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한번 신영피할에 가보기로 했다.
신영피할
서울 종로구 종로66가길 16 대성빌딩
매일 08:00 ~ 18:00, 토요일과 공휴일 08:00 ~ 15:00, 매주 셋째주 토요일 휴뮤
예전에 토요일에 3시 넘어서 왔더니 문을 닫아서 오지 못했던 신영 피할... 이번에는 입성했다.
사장님 두분이 피할 중이시다. 날을 계속 갈아주는지 기계 옆에서 계속 불꽃이 튀는게 너무 신기했다. 내가 산 벨리류는 1.0T이하로 피할하면 조금 위험할수도 있다고 하셨다. 벨리가 워낙 쭈글쭈글하고 로스가 많기 때문인 듯 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냥 피할해달라고 말씀드림. 피할을 기다리는 동안 가게 내부를 조금 돌아보았다.
다행히 피할은 잘 되었다. 어차피 벨리는 로스가 많기 때문에 싼 대신 잃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니 괜찮았다. 집에 돌아와서 가죽을 만져보고 지나치게 얇거나 구멍이 난 부분을 제거해 주었다. 나중에 불박기 온도 체크할 때나 써야할 것 같다.
3. 신설동에서 가죽 사는 법
글쓴이 같이 취미로 가죽공예를 하는 사람이 신설동에 처음 가면, 매장을 들어가는 것 조차 겁이 난다. 어떤 매장에서 가죽을 구매할 지 고민이 된다면 인터넷에서 한번 찾아보고 가보기를 바란다. 피혁집은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검색을 통해 찾아보고 가면 조금 더 빠르게 가죽을 구매할 수 있다. 만약 무계획으로 신설동으로 향한다면 어떤 집이든 한번 들어가보기를 바란다. 물건을 사지 않는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나오기 어렵다면 '다른곳도 한번 둘러보고 다시 올게요~'하고 나오면 그만. 가죽 제품 특성상 발품을 팔아야 좋은 물건을 구할수 있는 만큼, 신설동을 많이 돌아다녀 보기를 바란다. 돌아 다니다 보면 발품 파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