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와 매주 남양주나 포천의 카페를 갔었다. 북한강 경치도 좋았었는데, 매번 강을 보는 것도 슬슬 질릴 무렵 머릿속에 떠오른 연천이라는 곳. 남양주의 북한강보다 더 가까운데 한번도 갈 생각을 해본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연천으로 가 보기로 했다.
1. 연천 여행 계획 짜기
연천군에서 제공하는 관광 전자지도가 있는데 꽤 괜찮았다. 만약 연천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아래의 전자 지도를 참고하여 루트를 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의 여행 루트는 황해냉면(점심) → 동이리 주상절리(자연경관) → 연천회관(카페) → 호로고루(유적지)였다. 냉면을 좋아하는 와이프의 성향과 나의 전공과목에 대한 호기심이 합쳐진 코스다. 연천회관에서 호로고루 까지의 거리가 상당했지만 길이 하나도 막히지 않아 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호로고루가 다른 연천 지역의 관광지에서 좀 많이 떨어진 터라, 이번에 가지 않으면 다시는 못 갈 것 같았다.
2. 황해냉면
1980년부터 냉면집을 해왔으니 올해로 31년이 되는 연천의 냉면집이다. 이 집의 특징은 냉면, 만두에 모두 메밀이 들어가 있다는 것. 우리는 물냉면(8,000원), 비빔냉면(9,000원), 메밀만두(6,000원)를 시켰다. 이렇게 해서 가격은 총 21,000원 이었다. 우리가 갔을 때 마침 가게에서 김장을 담구고 있었다. 김치가 너무 맛있었다.
물을 주시는데 특이했다. 아마도 메밀을 우려낸 것 같기도 하고... 물을 마시며 기다리다 보니 냉면이 나왔다.
메밀의 맛이 더 많이 느껴지는 것은 물냉면 쪽이었다. 메밀을 쓴 면과 육수의 특색이 잘 드러났다. 비빔 냉면은 맛있기는 했지만, 다른 집과는 다른 특별한 것을 찾기는 조금 어려웠던 것 같다.
그리고 메밀 만두도 맛있었다. 와이프의 말로는 만두를 어떤 커다란 비닐봉지에서 꺼내서 해주셨다고 하는데, 직접 만든건지, 아니면 시판중인 메밀만두를 사서 해주신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맛있게 먹고 나왔다. 가게 문을 열어두어서 그런지 파리가 조금 많아서 거슬리긴 했지만, 연천 여행의 시작으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3. 동이리 주상절리
연천-철원 지역은 신생대 때 분출한 현무암이 산출되는 곳으로, 강 주위에 있는 현무암에 주상절리가 잘 관찰되는 곳이다. 황해냉면 근처에 주상절리를 잘 볼 수 있는 곳이 있어서 한번 들려봤다. 조금 더 가까이서 주상절리를 관찰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동이리 주상절리는 절벽 멀리서 주상절리를 관찰해야만 했다.
동이리 주상절리 앞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잠깐동안 둘러 보았다.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전망대에는 동이리 주상절리 이외의 지역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강 주위에 보이는 절벽은 절리를 따라 나타난 풍화작용에 의한 것이다. 내륙 지방에서 강 주위에 이런 식의 졀벽이 있는 것은 정말 독특한 현상이다. 보통은 빙하에 의해 U자곡, 혹은 물에 의해 V자 곡이 생기는데 이곳은 주상절리에 의해 절벽이 있는 것. 물이 조금 더 차있었다면 좀 더 멋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와이프와 사진을 한번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4. 연천회관
인스타에서 카페를 찾아보다가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카페가 있다는 글을 보고 오게된 연천회관. 시그니쳐 메뉴인 연천커피가 5,500원, 그리고 아메리카노가 5,000원 정도로 가격이 무척 저렴했다. 그리고 빵 2개를 먹었는데도 총 비용이 16,000원 정도 밖에 안되는 혜자인 카페였다.
내부 인테리어가 전체적으로 화이트&우드로 이루어져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 쪽이 너무 좋았다. 창 반대편에 있는 좌석에서 창을 바라보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작고 아늑한 것을 원한다면 다락처럼 되어있는 2층으로 올라가도 괜찮다. 그리고 야외에도 좌석이 있어 커피를 들고 밖에서 강아지와 함께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연천 커피에서 2시간 정도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핸드폰을 하다가 호로고루로 출발했다.
5. 호로고루
연천회관에서 호로고루까지 약 30분이 조금 넘게 걸렸다. 호로고루는 고구려 시대의 성 터인데, 성터 위쪽으로 난 계단에서 드라마를 찍은 것으로 유명해 졌다고 한다. 사실 드라마는 별로 상관은 없고, 어떤 유적지인지 궁금해서 들러보기로 했다.
호로고루는 이게 뭐지 생각이 들 정도로 허허벌판이었고 멀리 언덕같은 것이 보였다. 저곳이 성터라고 한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라는 시조가 생각났다. 9월 쯤에는 평지에 해바라기, 코스모스 등 다양한 꽃들을 키운다고 한다. 다음에는 9~10월 쯤 연천을 한번 더 놀러와야 할 것 같다.
성터까지 걸어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가는 길에 있는 나무 솟대가 석양과 잘 어울렸다.
성터에 난 길은 성터 안쪽에서 찍으면 하늘로 올라가는 길 같다고 해서 하늘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계단 옆에 있는 표지는 오히려 뭔가 경관을 해치는 것 같은 느낌 ㅜㅜ 없으면 더 나을 것 같다.
성의 옆면은 현무암으로 되어 있었다. 불국사의 석탑, 제주도의 돌 하르방 등 어느 지역이든 전통적인 조형물은 그 주위에서 산출되는 암석이 어떤 암석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6. 시간이 느리게 가는 곳, 연천
연천 여행을 하면서 차가 막힌 적도, 그리고 줄을 서야했던 곳도 없었다. 내가 계획했던 대로 차를 타고 가며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고, 좋은 풍경들을 많이 보고 왔다. 미세먼지가 없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ㅜㅜ 날씨가 조금 아쉽기는 했다. 다음에도 연천에 한번 가보고 싶을 것 같다. 연천 전자지도를 보니 아직 가지못한 곳이 많다. 와이프가 출산을 하고 몸이 가벼워지면 한번 더 들러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