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늬 아단소니를 사다.
식테크의 유행을 늦게 알게 된 나는 밤 늦게까지 무늬 몬스테라를 검색해보고는 했다. 사실 그냥 색깔만 들어간 식물일 뿐인데... 우리집에 있는 사파이어 스노우와 크게 다를 것 없지만 식물이 비싸다고 하니 오히려 더 갖고싶었다. 이게 바로 샤넬을 갖고싶어하는 여자들의 마음일까? 그 중에서도 무늬 아단소니는 내 마음을 홀랑 뺏어가 버렸다. 결국 1월 중순에 중고나라에서 10만원에 팔고 있는 무늬 아단소니 묘를 하나 샀다.
맨 윗쪽의 잎이 고스트, 흔히 말해 엽록소가 없는 잎이었지만 가격에 비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 내가 기르면 분명 무천이(무늬천재) 잎이 나올거야'라는 헛된 희먕을 가지며 식물을 들였다. 이것이 나의 오랜 고뇌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2. 무늬 아단소니가 왜 안자랄까?
처음 들여보는 비싼 식물이었기에, 무늬 아단소니를 위해 다이소에서 리빙박스를 사서 온실까지 만들어보았다. 낮에 온도를 측정해보니 온도는 25~30℃, 습도는 60% 이상을 유지해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무늬 아단소니가 성장하지 않았다. 분명히 고스트 옆에서 새순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2주 이상 자라지 않는 것이다. 나는 무늬 아단소니에게 무슨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화분을 엎어보았다.
3. 수경재배로 전환하다.
무늬 아단소니를 엎었더니 뿌리가 상한 부분이 많았다. 너무 물러서 손으로 살짝 잡아당겨도 떨어져버릴 정도로 흐물흐물 했다. 일단 손으로 뿌리가 무른 부분을 긁어내고 정리해주었다.
흙에서 키우는 것 보다 수경으로 키우는 것이 훨씬 쉽다는 생각에, 철사끈을 이용해서 수경재배를 해 주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3일만에 새로운 새싹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4. 고스트 잎이 많으면 식물이 죽는다?
아마.. 이대로 계속 키웠다면 아단소니는 지금쯤 많이 자라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아단소니에 대한 과한 관심이 아단소니를 가만 두지 않았다. 새로 올라오는 신엽이 2장째 고스트라는 사실이 상당히 거슬렸다. 네이버 카페에서 고스트 잎이 여러장이면 식물이 광합성을 하지 못해 죽는다는 이야기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전에 아단소니를 키웠던 경험을 생각하며 과감하게 새로운 싹을 잘라버렸다. 이때부터 아단소니의 하엽이 시작됬다.
5. 하엽의 시작
일단 증상은 잎의 초록색 부분이 끝부터 노랗게 변하고 뿌리가 조금씩 무르기 시작했다. 매일 아단소니를 지켜보던 나는 수경이 안맞나 싶어서 아단소니를 마사에도 키워보았다. 하지만 하엽은 멈추지 않았다.
6. 뿌리 무름병이다?
네이버 블로그를 검색하다 보니 무늬 몬스테라가 자꾸 하엽을 하거나 고스트 신엽을 낼 때 뿌리무름병 약을 주었더니 건강한 새잎이 났다는 글이 있었다. 그리고 카페에 문의를 하였더니 '마이신' 계열의 농약을 주라는 댓글을 보았다. 검색을 하며 찾아보니 식물 항생제였다. 식물 뿌리의 부패를 일으키는 세균이 있는데, 이 균을 죽이는 약이었다. 약을 사기위해서 농약사에 갔더니 마이신 계열의 약은 없었고, 대신 뿌리 무름병을 치료할 수 있는 다른 약을 주었다.
농약 값은 13,000원이었다. 그래도 10만원 짜리 아단소니에 비하면 싼 편이라고 생각을 하며 한봉지를 뜯었다. 그리고 예전처럼 철사끈을 이용하여 아단소니를 약재에 담궈두었다.
7. 멈추지 않는 하엽... 그리고
결국 하엽은 멈추지 않았다. 나중에는 아단소니가 번식이 잘 되는 화분에 잠깜 옮겨두었으나, 결국 잎은 모두 녹아내리고 말았다. 마지막에는 손으로 살짝만 잡아당기니 잎들이 툭툭 떨어졌다. 그리고 무늬 아단소니는 모든 잎을 잃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잎도, 뿌리도 없는 벌브를 물기를 꼭 짜낸 수태에 감싸고 온실에 넣어두었다. 혹시나 과습이 올까봐 수태 사이의 공간을 넓게 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2주 정도가 지났다.
8. 뿌리와 새싹이 나다.
아단소니가 잘 있는지 궁금해서 가끔 수태를 들어보았다. 어느 날은 보니 벌브에서 흰 뿌리가 나고 있었다. 아단소니가 다시 살아난다는 생각에 1주일 정도를 그대로 둔 후, 뿌리가 어느정도 자랐을 때 수태에서 분갈이 흙으로 옮겨주었다. 새롭게 올라오는 싹은 2개. 이번에는 실패없이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9. 결론 : 무늬 아단소니를 살리고 싶다면
1) 과습을 관리할 수 없다면 차라리 수경재배를 하는 것이 더 낫다.
2) 수태를 쓸 때, 괜히 잘게 잘라서 쓰지 마라. 오히려 과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3) 아직 묘일때는 새로난 새싹을 자르지 말자. 하엽이 시작되면 식물 스스로가 끝낼 때 까지 멈출 수 없다. 고스트는 3번째 새싹까지 고스트인지를 확인하고 잘라도 괜찮다. 생각보다 쉽게 죽지 않는다.
4) 잎과 뿌리가 다 떨어지고 벌브만 남았다면, 수태를 활용해보자. 시간이 조금 많이 걸리지만 다시 살릴 수 있다.
5) 뿌리가 무르는 것은 과습 때문이다. 식물 뿌리는 생장이 빠르기 때문에 많은 양의 ATP를 소모한다. 그래서 산소를 직접적으로 공급받아야 하지만, 흙에 산소가 부족하면 뿌리가 죽고 부패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과습에 의한 현상이며 뿌리무름병이 아니었다.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한다 싶으면 화분의 흙을 통기성이 좋은 것으로 교체해주거나, 화분을 좌우로 주물주물 해서 공기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도록 하자.